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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 장 소 식 & 지 리 산 편 지 ♣
 
설국 속을 걷다.----<겨울숲에서...!!!>
2008/10/30 (23:17)
작성자 : 무애 이수운 조회수 : 2734 

 


 


                                                   <2002년 11월 지리산 ↑> 


 

<2002/11/09/ 05:00 구례구역>

새벽바람이 차가운 구례구역에 내려 빈속에 커피를 한잔 마셔요.

 

오늘은 성삼재로 가지 않고 화엄사에서 부터 산행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오랜만에 그 길을 걸어서 당신을 찾아가는군요.

 

이미 새벽 예불은 끝난 시간 깊은 어둠의 고요 속에 깨어나는

 

화엄사 경내로 들어서 수각에 흐르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무엇을 찾아서 이 길을 내려왔을까요...?

 

 

아무도 없는 대웅전에 들어가 108배를 하고 잠시 좌선에 들어 봅니다.

 

인간의 번뇌는 팔만 사천가지가 넘는다고 하지요.

 

이 많은 번뇌를 언제 다 버릴까..?

 

이 생각도 하나의 번뇌...!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대숲을 맑은 바람이 사각거리며 쓸고 갑니다.

 

내 마음도 대숲을 스쳐 가는 바람처럼 가벼울 수 있다면...

 

언제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을 외치고 다니지만

 

정작 너무나 많은 걸림 속을 헤매고 다니는 나...!!

 

 

 

푸른빛 어둠으로 아침이 밝아 오고 그 기운 속에 겨울 숲이 깨어나는군요.

 

쉼터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아침이라고 해봐야 보온병에 넣어온 작설차와 빵 한조각, 밀감 하나...

 

 


 


푸른 산죽잎위에 제법 많은 눈이 쌓여있습니다.

 

불어오는 아침바람이 차가워 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요.

 

오늘은 숨가쁘지 않게 천천히 걷고 싶군요.

 

뱀사골 산장이 오늘의 목적지니 여유가 있어 좋아요.

 

멀리 흰눈을 이고 있는 종석대가 보이는걸 보니 무넹기가 얼마 남지 않았나 봅니다.

 

길이 가팔라지고 흰눈 사이로 맑은 계곡이 흐르고 이마엔 땀방울이 맺히네요.

 

 


 


도로에 올라서자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고 산은 한마디로 설국이군요.

 

겨울산입니다.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이렇게 바람이 몰아치고 추운 날 당신은 어디를 걷고 있을까...?

 

밀려오고 밀려가는 바람과 구름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

 

오늘은 눈이 많이 부셔서 고글을 꺼내 써요.

 

 


 


노고단 주위엔 온도, 습도, 바람의 조화로 서리꽃이 눈부시게 피어 흔들립니다.

 

바람의 속도가 빨라서 하늘이 순간 열리고 순간 닫혀요.

 

모든 것은 순간이지요.

 

한순간에 왔다가 이슬처럼 사라져 가는 것이 우리의 삶인가요.

 

 


 


이렇게 눈부시게 피어있는 서리꽃도 햇살이 좀더 퍼지고 기온이 올라가면

 

순간의 이슬방울로 사라져 버리겠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당신이 말했지요.

 

이미 지나서 과거가 되어버린 것들은 이제 생각하지 않으렵니다.

 

모든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슬처럼 사라져...

 

 


 


구름이 정상을 가리고 있는 반야봉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언제쯤 이 깊은 무명(無明)에서 벗어나 반야의 지혜를 깨달아

 

저 언덕으로 갈 수 있을까요.

 

당신은 잘 알고있겠지요.

 

지혜를 얻으면 무명에서 벗어 날 수 있나요...?

 

욕심을 버려야겠지요.

 

지혜를 얻겠다는 욕심도 버리고...

 

 


 


지금 나무들을 감싸고 있는 저 순백의 결정체들은 눈이 아닙니다.

 

밤새 바람에 날려온 안개, 이슬, 습기가 나뭇가지에 집을 지었어요.

 

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한가지 아쉽다면 나를 날려버릴 듯이 미친 바람이 불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왜, 이산에만 오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걸까요...?

 

아마 이산 어딘가에 당신이 머물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일까요.

 

눈 쌓인 주능선길이 포근한 아름다움입니다.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요...?

 

천왕봉, 웅석봉, 아니겠지요.

 

그것은 마음이겠죠.

 

세상에서 가장 먼 곳, 내가 당신을 찾아서 아무리 많은 산봉우리를 넘어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곳, 그게 이 길의 끝이자 결국은 마음이겠지요.

 

 


 


한 그루의 나무는 왜 홀로 저렇게 바람 속에 서있나요...?

 

많이 외롭지는 않겠지요.

 

새들이 고단한 날개를 쉬었다가고, 바람이 어루만져 주고 가겠지요.

 

저 나무도 새들에게, 바람에게 정을 주었다가 그들이 떠나가면 마음 아파할까요.

 

천천히 걸었는데 벌써 삼도봉입니다.

 

 

"순백의 절정으로

서리꽃이 피었습니다.

먼 그리움으로

천왕봉을 바라보다

당신에게 가는 길

너무 멀어

오늘은 뱀사골에서 쉬렵니다."

 

 


 


 

뱀사골 대피소에 배낭을 풀고 토끼봉으로 갑니다.

겨울숲이 아름답군요.

 

 

"가을 가고 찬바람 불어 하늘도 얼고

온 숲의 나무란 나무들 다 추위에 결박당해

하얗게 눈을 쓰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도

자세히 그 숲을 들여다보면

차마 떨구지 못한 몇개의 가을잎 달고 선 나무가 있다

그 나무가 못 버린 나뭇잎처럼

사람들도 살면서 끝내 버리지 못하는 눈물겨운 기다림 같은 것 있다

 

겨울에도 겨우내 붙들고 선

그리움 같은 것 있다

아무도 푸른 잎으로 빛나던 시절을 기억해 주지 않고

세상 계절도 이미 바뀌었으므로

지나간 일들을 당연히 잊었으리라 믿는 동안에도

푸르른 날들은 생의 마지막이

가기 전 꼭 다시 온다고

 

죽은 줄 알았던 가지에 잎이 돋고 꽃 피고 설령 그 꽃 다시 진다 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살아 있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렇게 우리 생도 짙어져 간다는 것을 믿는 나무들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내내 버리지 못하는 아픈 희망

저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푸르른 그리움과 발끝 저리게 하는...<도종환 시인의 시에서>

 

 


 


이제 곧 이산에 어둠이 내립니다.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오래도록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싶은...

 

당신은 이 밤을 보낼 곳을 마련했나요...?

 

당신은 머무는 곳이 어디나 집이겠지요.

 


따뜻한 곳에서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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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속을 걷다.----<겨울숲에서...!!!> 무애 이수운 2008/10/30 2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