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28 08:45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인천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에 오른다.

이제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아침이슬보다 더 빨리 사라지는 그런 시간을 살고있는 것은 아닐까?

뒤돌아보면 여태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져버리는

그런 허상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궁금증을 계속 품은 채 나는 오늘 여행을 떠난다.

또 하나의 그리움을 안고....

<2002/07/28 10:20>

인천공항 대합실은 떠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화물을 보내고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탑승시간을 기다린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2002/07/28 13:10>

중국민항기 CA124편에 탑승한다.

서울에서 북경까지 1,100km의 거리를 날아간다.

그리고 다시 북경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목인 연길까지 1,100km를 중국 국내선으로 환승하고 가야하는 먼 길이다.

연길에서 백두산 입구까지는 버스로 5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하니 우리는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두고서 많이도 돌아간다.

중국어로 기내방송이 나온다. 이륙준비가 다 된 모양이다.

한국인 승무원이 동승하고있어 우리말로 안내방송이 한번 더 흐르고 비행기의 육중한 동체가 서서히 움직인다.

그리고 비행기는 가볍게 날아 오른다.

<2002/07/28 13:45>

서해 상공을 날고있다. 서해의 물결과 구름바다....!

먼 여행이 시작되었다.

구름만 없으면 어디가 바다이고 하늘인지 모르겠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 마음의 경계, 뭔가 자유롭고 싶은 마음....

그러나 자유롭지 못하다.

마음이 어디에 있을까?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을까?

기내식으로 소고기볶음밥 비슷한게 나온다.

대한항공에서 제공한 기내식이어서 고추장, 김치가 곁들여져있는데 조금 짜다.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을 본다. 보이는 것은 구름뿐...

잠시 후엔 북경 공항에 도착한다는 기내 방송이 흐르고 고도가 낮아지자 땅이 보인다.

<2002/07/28 15:21>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았다.

소나기가 내렸는지 활주로가 젖어있다.


북경 시간으로 14:21분이다.<북경 시간으로 기록>

<2002/07/28 17:20>

북경공항에서 연길로 가는 국내선을 타기 위해 대기중이다.

이곳의 날씨는 흐리고 간간히 비가 내린다.

국내선 대합실은 많이 붐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안내방송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탐승할 CA1617편의 탑승구가 자꾸만 바뀐다.

하나의 탑승구가 여러 곳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어 있나 보다.

직원들이 뭐라고 살라살라(@#$%&^^)하고 외치면 중국인들이 우르르 몰려가 게이트를 빠져나가서 공항내 버스를 탄다.

우리는 어떻게 비행기를 타지...

제대로 타지 못하면 이 넓은 대륙 어디에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2002/07/28 18:00>

연길행 작은 비행기에 오르며 승무원 아가씨에게 "니 하우 마"하고 인사를 하다

쑥쓰러워 "쿡" 하고 웃자 승무원도 따라 웃는다.

빗방울이 간헐적으로 떨어지고 하늘은 짙은 회색빛이다.

또 어찌할 수 없이 밀려드는 먼 그리움....

이 여행의 끝에 그 그리움을 접을 수 있을지...

<2002/07/28 18:25>

경비행기 수준의 작은 여객기가 북경 공항을 가볍게 이륙하고 고도가 점점 높아지자 구름의 바다위로 강열한 햇살이 쏟아진다.

이제 약 1간 30분 후엔 연길에 도착한다.

백두산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작은 도시, 이 광활한 대륙의 땅에 자리잡은 작은 변방의 도시....

윤동주 시인이 밤하늘 별을 보며 그리움로 시를 쓰던 땅...!

가슴이 먹먹해진다.

"계절이 지나 가는 하늘에는 /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 한구절을 떠 올려 본다.

그 맑고 투명한 시어들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시인,

그는 먼 이국의 감옥에서 생체 실험용 생리식염수를 맞으며 고향을 그리워하다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스물 아홉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시인,

그의 유해가 묻혀 있고 시비와 그가 다니던 소학교와 중학교가 있는 연변...

<2002/07/28 19:15>

기내식을 먹고 향이 진한 쟈스민을 한잔 더 마신다.

붉은 노을이 진다.

해는 보이지 않지만 구름의 바다위로 노을이 비껴 가는 모습을 보며 그리운 상념에 잠긴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홀로 이기에 어찌할 수 없이 밀려오는 짧은 고독감과 외로움...

<2002/07/28 20:00>

연길에 도착한다는 기내 방송이 흐르고 창 밖은 짙은 어둠에 휩싸여 불빛하나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에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고 일행들은 걸어서 공항 안으로 들어와 수화물을 찾는다.

공항 대합실 안내문이 한글로 되어 있어 먼 길을 돌아서 한국의 어느 작은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를 마중 나온 조선족 가이드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올라 숙소로 향하는데 거리의 간판이 낯설지 않다.

한글과 중국어가 같이 쓰여진 간판들, 진주음식점, 천양음식점, 푸른날개PC방, 사철향떡집, 21세기다방...

시내는 한산하고 삭막한 잿빛의 도시...

<2002/07/28 21:00>

우리들이 묵어 갈 "연변대우호텔"에 도착했다.

가까운 길을 두고서 12시간의 먼 길을 돌아 왔다.

호텔 커피숍에서 청도맥주를 마신다.

우리나라의 맥주보다 도수가 낮아 조금 싱거운 듯 하지만 시원하고 맛있다.

한 병에 20원이다.

호텔 직원들의 모습은 우리와 같고 우리말을 아주 잘한다.

내일은 백두산으로 들어간다.

그 길고 긴 산림지대를 지나서 천지에 서겠지....!

<연변 대우호텔 풍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