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29 05:30 전날의 피로와 간밤에 마신 술 때문에 간신히 일어났다. 햇살이 비껴들어 오는 커튼을 젖히자 조그마한 정원에 붉은 칸나와 이름 모를 노란 꽃들이 피어있다. 하늘은 옅은 구름이 흐르고 조금 흐린 날씨다. 2002/07/29 06:50 아침 식사를 끝내고 버스에 오른다. 이제 백두산으로 출발이다. 백두산 입구까지 5시간 정도 걸린다는 설명을 들으며 연변 시내를 벗어난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모양이 비슷한 집들이 보인다. 중국인들은 붉은 색을 좋아한단다. 시내를 벗어나자 굵은 빗방울이 차창을 때린다. "때로 여행은 그럴 때 있어라. 낯선 이들 속에 앉아 맛없는 음식을 먹거나 보내기 싫은 사람을 보내야 할 때 있어라. 지구의 반대편을 걸어와 함께 시간을 나누던 친구와 작별하듯 여행은 때로 기약 없는 이별일 때 있어라."...(김재진 님의 시에서)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상념에 잠긴다. 난 이 여행의 끝에 누구와 이별을 하게될까...? 이제 두려움은 없다. 옥수수 밭과 벼들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푸른 들판이 끝없이 이어지고 초가집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 우리의 시골 풍경과 너무 비슷하다. 누런 소들이 풀을 뜯고 비가 내려 불어난 개울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아낙네와 빨래 다라니를 이고 집으로 들어가는 소녀.... 그리고 소와 노새가 끌고 가는 달구지가 많이 보인다. 버스가 용정시로 접어들자 하늘이 점점 맑아지고 간간이 햇살이 비친다. 2002/07/29 09:10 백두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휴게소에 잠시 들른다. 휴게소가 아니고 간이 노점이나 마찬가지인데 가이드 말에 따르면 관광객을 위해 만든지 얼마 되지 않았단다. 산삼, 장뇌삼, 커피, 고구마 말린 것, 그리고 여러 가지 우리나라 관광지에서 파는 것과 비슷한 기념품들을 판다. 어미 닭이 병아리를 데리고 모이를 찾고있는 모습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옛날 우리 시골집 마당에도 저렇게 어미 닭이 병아리를 데리고 종종거리며 다녔었는데.... 2002/07/29 11:00 버스는 쉼 없이 달린다. 장백산 제 1 양봉소를 지난다. 이곳은 청정지역으로 오염원이 없고 꽃이 많아 벌을 많이 친단다. 그리고 이곳에선 설탕이 꿀보다 비싸서 가짜 꿀은 없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백두산 아래 첫 마을 이도백하를 지나는 길목에서부터는 껍질이 흰 나무가 많이 보인다. 아마 자작나무인 듯하다. 장백산 43km 이정표를 지난다. 2002/07/29 12:15 백두산 미식성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음식이 제법 맵고 쌀은 기름기가 전혀 없어 거칠다. 날씨가 상당히 무덥다. 태양 빛은 강하고 공기는 맑고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다. 이제 백두산 입구가 얼마 남지 않았다. 2002/07/29 12:35 백두산 산문을 지나다. 이곳에서 지프를 타고 올라간다. 경사와 굴곡이 심한 콘크리트 포장길을 중국인 운전사는 무서운 속도로 달린다. 고도가 높아 질 수록 야생화와 넓은 평원이 보인다. 그 광활한 풍경 앞에 무슨 말을 하리.... 2002/07/29 13:40 드디어 천지를 보다...! 하늘빛 아름다운 날 장군봉에 올라 천지를 본다 삼백 예순 다섯 날 중 온전한 모습으로 인간에게 몸을 드러내는 날은 오십 여일 밖에 되지 않는다는 천지를 본다 순백의 옷을 벗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여린 꽃들로 계절을 맞이한 산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곳 여기서 산이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이 산을 지나지 않은 채 지리산 천왕봉까지 하나로 뻗어 나간 우리의 줄기 가까운 길을 두고서 이천 킬로미터가 넘는 먼길을 달려와 천지를 본다 2002/07/29 15:10 천지 물이 흘러 나가는 곳에 널빤지로 만든 작은 다리를 건너서 천지에 손을 담근다. 물이 맑고 차다. 중국인 현지 가이드가 다리를 건너는데 1인당 천원을 요구한다. 자기네들이 아래서 널빤지를 메고 올라와 다리를 만들어서 사용료를 내리는 것인데.... 2002/07/29 16:35 힘들게 용문봉으로 올라섰다. 해발 2,500 - 2,700 사이를 오고 갈려니 약간의 고소증을 느낀다. 용문봉에서 펼쳐지는 백두산의 풍경은 천상의 낙원이다. 이 푸른 풀밭과 만발한 야생화 속에서 비박을 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우리 마음대로 자유롭게 올라와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며 비박도 하고 오랜 시간을 머물다 갈 수 있겠지. 2002/07/29 18:40 장백폭포에서 흘러내리는 개울을 건너서 천상호텔에 도착했다. 밤늦도록 로비에서 술을 마시다 잠이 들다. |
